한강, '옆방'에서 마음을 전하다
한강의 소설은 왜 이렇게 쉽게 읽힐까?
최근 한강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 나는, 그의 소설이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것이 꺼림칙했다. 한 평론가가 "한강의 시적인 문장들은 철저히 고통스럽게 읽혀야 한다"고 쓴 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강의 소설은 분명 고통을 이야기한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한강은 압도적인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그 고통은 타인의 고통을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한강은 소설을 쓰는 동안 거의 매일 울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죽음을 앞둔 마사, 그리고 그녀의 옆방에 있는 잉그리드
영화 '룸 넥스트 도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번째 영어 영화로,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 '어떻게 지내요'를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는 자궁경부암 말기 판정을 받은 베테랑 종군 기자 마사와, 그녀의 이별 여행에 동행하는 작가 잉그리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사는 고통스러운 치료 대신 존엄있는 죽음을 선택하고, 다크 웹에서 안락사 약을 구한다. 그녀는 오랜 친구인 잉그리드에게 자신의 옆방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잉그리드는 마사의 선택에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마사는 딸에게는 말도 못 꺼냈고, 다른 지인들에게도 거절당했다. 마사의 죽음은 개인적인 고통이기에, 잉그리드는 마사의 선택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타인의 고통에 몸을 기울이는 것, 인간의 고귀함을 증언하는 최후의 방어선
마사는 교외의 한적한 숲 속 주택을 빌려 잉그리드와 함께 이별 여행을 떠난다. 마사는 정확히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지만, 방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잔다. 어느 날 아침, 잉그리드가 마사의 방문이 닫혀 있다면, 그날이 바로 마사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다. 잉그리드는 매일 새벽마사의 방문을 확인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낸다.
'룸 넥스트 도어'는 틸다 스윈튼과 줄리안 무어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영화는 마사와 잉그리드의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대사에서 대사로, 대화에서 대화로 이어지는 '비포 시리즈' 스타일의 영화라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대사와 편집은 아주 세련되었다. 틸다 스윈튼의 알듯 모를듯한 표정은 인상적이며, 줄리안 무어의 리액션은 틸다 스윈튼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화는 두 배우의 얼굴 자체가 스크린이라고 할 만큼, 섬세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특유의 원색의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
영화에는 빨간색 볼보 SUV, 빨간색 V넥 스웨터, 연보라색 니트티, 노란색 수트 등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특유의 원색의 색채 감각이 돋보인다. 영화는 마사의 선택을 폭력적으로 설득하거나 신파적으로 그려내지 않고, 차분하게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룸 넥스트 도어'는 죽음을 앞둔 마사의 선택과, 그녀의 옆방에 있는 잉그리드의 고통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고귀함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에는 눈이 세 번 내리고, 세 번의 시가 나온다. 마사의 입을 통해, 존 휴스턴의 영화 '죽은 사람들'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리고 잉그리드의 입을 통해 시가 펼쳐진다. 영화는 마사의 선택을 범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객에게 마사의 선택을 차분하게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룸 넥스트 도어'는 마사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고귀함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채식주의자 논란: 유해한 건 무엇일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채식주의자' 폐기 논란 재점화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수상과 함께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한강 작가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성교육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폐기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벨위원회는 '채식주의자'를 극찬하며 "가부장 사회를 날카롭게 묘사했다"고 평가한 반면, 학교 측은 "형부와 처제의 부적절한 성관계가 선정적으로 묘사되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채식주의자', 청소년 유해 도서일까?
학교 측은 '채식주의자'에 묘사된 형부와 처제의 부적절한 성관계를 문제 삼았지만, 노벨위원회는 그러한 성관계가 작품 전체에서 상징하는 바에 주목하며 작품성을 인정했습니다. 학교 측의 주장처럼 '채식주의자'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도서일까요?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선정적이거나 음란한 내용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를 심의할 때, 문학적 가치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채식주의자'는 부적절한 성관계가 묘사되어 있지만, 그 내용이 작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작품이 갖는 문학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유해 도서로 지정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채식주의자' 폐기 논란, 청소년 성교육의 어려움 반영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채식주의자'를 청소년들이 읽어도 괜찮을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청소년의 성 가치관 형성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됩니다. 아직 성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성 표현물을 노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어디까지 노출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 표현물 차단보다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 능력 함양
청소년의 성 가치관 형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성 표현물에 대한 노출 자체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은 이미 SNS, OTT,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성인용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형부와 처제의 부적절한 성관계보다 더 왜곡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성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채식주의자'와 같은 책을 금기시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성 표현물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비판적 사고를 통해 성 표현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성교육 전문가들, '채식주의자' 폐기 반대
실제로, SBS 팩트체크 코너 <사실은>팀이 국내외 전문가 5명에게 질의한 결과, '채식주의자' 폐기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성폭력, 성착취 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의 성적 혼란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합니다. 청소년의 궁금증과 혼란을 해소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무조건적인 차단은 오히려 청소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채식주의자' 논란, 청소년 성교육에 대한 시사점
유네스코는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 청소년을 4개 연령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별 성교육 목표를 제시합니다. 만 15세 이상의 청소년은 건강한 성적 관계와 그렇지 못한 관계를 구별해낼 수 있어야 하며, 성 행위에서 비롯되는 즐거움과 책임의 요소를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소통과 협상, 거절 능력을 통해 원하지 않는 성적 압력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채식주의자'가 만 15세 이상의 학생들의 성 가치관 형성에 유해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오히려 어른들의 적절한 지도가 있다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채식주의자'는 성교육 교재는 아니지만, 섹슈얼리티, 젠더 폭력, 성적 주체, 성적 의사결정 등 현대적인 성교육 개념들을 사색해볼 수 있는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채식주의자'를 통해 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탐구하고, 성적 즐거움, 만족, 폭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논란, 청소년 성교육의 중요성 강조
결국, 중요한 것은 '채식주의자'가 유해한지 아닌지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어떤 성적 환경에 처해 있는지 직시하고 그들이 갖는 고민에 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을 성적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올바른 성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식주의자'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이 아니라, "채식주의자는 절대 봐서는 안 된다!"며 어른들이 만들어낸 논란이 우리 청소년에겐 더 유해할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논란은 청소년 성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말레이시아, 아파트를 유혹 장소로 삼은 이유
말레이시아 보건부, 로제 & 브루노 마스 협업곡 'APT' 가사에 대한 우려 표명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가수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협업곡 'APT' 가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보건부는 지난 24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아파트라는 용어가 이성 간 만남의 장소로 사용되는 것은 동양의 문화적 가치에 반한다"며 "이 노래가 SNS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면서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가사를 무분별하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서구 문화의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습니다.
이슬람 문화와의 충돌?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가 국교인 다민족, 다종교 국가입니다. 이슬람교도들은 종파에 관계없이 술을 금기시하는데, 보건부는 'APT' 가사가 이러한 문화적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APT' 가사가 술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건부의 발언은 이슬람 문화적 맥락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보건부의 지적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요즘 노래가 점점 더 부적절해진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누리꾼들은 "사람들은 멜로디를 즐기고 싶을 뿐"이라며 "노래 가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화적 가치와 예술적 표현 사이의 균형
이번 논란은 문화적 가치와 예술적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합니다. 특히 글로벌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성재 셰프 팝업, 45만 명 몰려 1분 만에 매진
세빛섬 미식 행사, 10초 만에 매진
다음 달 3일, 반포 세빛섬에서 특별 미식 행사가 열립니다. 이 행사는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안성재 셰프를 비롯해 트리플스타(강승원), 원투쓰리(배경준), 정영훈, 오종일 셰프 등 유명 셰프들이 참여합니다.
한강뷰와 함께 즐기는 4가지 파인다이닝 메뉴
참가자들은 세빛섬에서 아름다운 한강을 바라보며 4가지 파인다이닝 메뉴를 맛볼 수 있습니다. 좌석은 없고 입석으로 운영되며, 1인당 4만 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행사는 오후 4시, 5시 30분, 7시 총 3부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10초 만에 매진된 티켓, 뜨거운 인기
참가 신청은 오늘(28일) 오후 2시 '캐치테이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행되었는데, 예약이 오픈된 지 약 10초 만에 모든 티켓이 매진되었습니다. 동시 접속자가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앱 접속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SNS 반응: "나도 모수 먹고 싶은데"
SNS에서는 "대체 누가 성공한 거냐", "접속자가 많아서 화면이 안 넘어간다", "나도 모수 먹고 싶은데" 등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안성재 셰프의 미식 행사, 1분 만에 전석 매진
한편, 다음 달 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안성재 셰프의 미식 행사 역시 1분 만에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개관 35주년을 기념하여 이 행사를 개최합니다.
모수의 시그니처 메뉴와 특별 코스 메뉴 선보여
안성재 셰프는 이번 행사에서 모수의 시그니처 메뉴와 호텔 셰프팀과 협업하여 구성한 특별 코스 메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행사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디너 코스로 진행되며, 1인당 70만 원(세금 및 봉사료 포함)입니다.